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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주부11

주부가 된지 1년 6개월 #4 방음실과 발을 디딜 수 없는 창고방 4. 사무실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결정하고 가장 먼저 한것은 집에 방음공사를 하기 위해 견적을 내는 일이었다. 2020년 1월 초에는 집에 방음실을 설치를 하기 위해 권이 방을 비워야 했다. 권이 방은 그야말로 난장판. 수납이 적당하지 않은 상황에서 엄청나게 많은 책과 장난감, 그리고 보드 게임들이 어지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소용돌이의 핵심에는 벙커침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권이가 어렸을 때 사용하던 침대인데 아래층은 커튼을 열고 들어가 놀 수 있게 되어 있었고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면 침대가 나오는 나무로 짜인 구조물이었다. 어른은 한걸음에 올라갈 수 있지만 아이들은 아래위를 오르락거리며 재밌게 놀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실제 며칠 그렇게 놀기는 했다. 그러나 아래층이 너무 어둡고 혼자.. 2021. 6. 12.
주부가 된지 1년 6개월 #3 거대한 쓰레기통 집안일은 카테고리 설정을 하는 것과 자동화로 이루어진다. 그 후에는 보기좋게 정리정돈 하는 것과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하여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는 유지보수 과정이 필요하다. 즉 정리의 맨 처음에는 물건의 카테고리를 설정하여 어떤 물건을 어디에 어떻게 놓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동선이 꼬이지도 않고 다니면서 불편한 것도 없어진다. 그렇게 정리가 되면 그 다음으로 할 일은 집안일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빨래는 이미 자동화가 완료된 부분이기 때문에 그 다음으로 나의 일손을 덜어낼 부분이 바로 설거지와 청소였다. 이것은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의 도입이 나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할 것이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마지막으로 남은것은 집안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도록 내 삶과 행동의 일정 부분을 수정하는 일이다.. 2021. 6. 9.
주부가 된지 1년 6개월 #2 요리의 탄생 2. 주부라면 본디 집안 청소와 정리정돈, 어린이를 돌보는 것과 음식이 기본이다. 나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음식이었다. 그 어떤 집안일을 가져다주어도 다 할 수 있지만 음식은 불가능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마흔을 넘기고나니 음식하는 것을 옆에서 보기만 해도 '저거 이렇게 저렇게 하는건가?'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혼후 설거지를 도우며 조금씩 알아낸 음식에 대한 만만함이었다. 음식을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대 후반에 서울 살이를 시작하면서 독립을 했기 때문이다. 서울 살이에 피폐해져있던 20대 빼빼마른 곱분이 납자에게는 음식을 해 먹는 자체가 고행이었다. 그때는 오직 일! 일! 일만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일 외에 중요한 것이란 없었다. 그러니 집에서 무언가를 해먹는.. 2021. 6. 9.
주부가 된지 1년 6개월 #1 터질것 같은 집 사무실을 정리하고 집에서 일을하기 시작하면서 주부가 된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나는 내면적인 사람이고 해오던 일 자체도 혼자할 수 있는 일이어서 집에서 혼자 일 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사람 만나거나 전화하는 것에 에너지를 뺏기는 편이고 반대로 혼자서 일 하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그런 이유로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고 집에 방음실을 만들어 컴퓨터를 세팅한 후 콘텐츠 제작일을 해온 지난 1년 6개월은 꽤나 즐거웠다. 아내는 2019년~20년 말까지 2년간 휴직을 했다. 나는 20년 초에 집에 들어왔고 곧바로 코로나 시국이 터지면서 아이가 학교를 갈 수 없게되자 우리 가족은 생전 처음 1년간 집에서 함께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하루 세끼를 해 먹고 산책을 다니고 집안에서 운동을 했다. (물론 나.. 2021. 6. 7.
남성 전업 주부의 요리 2개월 1월부터는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작업을 하기로 하였다. 비싼 돈 들여 집 안에 방음실을 설치하고 작업실을 꾸몄다. 아내의 휴직이 끝났고 올해부터 다시 출근을 한다. 아이는 방학이라 1월 내내 나와 함께 있었다. 곧바로 아침과 점심과 저녁을 함께 해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디서 온 자신감인지는 모르지만 언제부턴가는 음식이야 이제 좀 해볼 수 있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의 근거는 없지만, 왠지 해볼만 할 것 같았다. 자취를 꽤 오랫동안 했다. 그 때는 오로지 일 하는 것과 삶을 배우는 것에 모든걸 바치는 순간들이었기 때문에 먹는 것이나 사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집에서 프리랜서를 하는 젊은 시절에도 집에서는 김치볶음밥 정도만 해먹고 살았다. 일주일 내내 집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자.. 2020. 2. 24.
옛날통닭으로 치킨덮밥 동네에서 7천원짜리 옛날통닭을 한 마리 사서 아이와 함께 절반은 뜯어 먹고 절반은 살을 잘 발라 그릇에 두었다. 옛날 통닭은 닭의 사이즈가 작아서 둘이 먹는데 불편함이 없다. 어차피 우리는 많이 먹지 않으니까. 다양한 부위별로 모아둔 닭고기 살은 후라이팬에 살짝 굽고 양파와 파를 볶은 후 조림소스를 만들어서 자작하게 볶는다. 예전에 처음 했을 때는 너무 짜게 되어 아쉬웠기 때문에 간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한 문제였다. 간장을 조리는 건 초보 아빠에겐 어려운 문제였다. 이제는 조금 감이 잡혀 간을 하는 게 막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자작한 간장 소스에 계란을 적당히 풀고 뚜껑을 덮어 계란이 다 익으면 안 될 정도로 적당히 익혀 밥 위에 올리면 된다. 이렇게 올리면 바로 치킨덮밥이 된다. 집에서 치킨덮밥이라니.. 2020. 2. 13.
아이와 함께 어묵탕 어묵은 삼진어묵 아이와 저녁을 해먹기 위해 뭘 할까 생각하다가 어묵탕을 해먹기로 했다. 어묵탕은 어묵만 잘 사면 해결되는 것이었는데 평소 먹던 삼호어묵은 뭔가 찰진 느낌이 떨어졌기 때문에 부산에서 먹던 그 어묵 맛을 내는 뭔가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어묵은 어디서 파는걸까 생각하다가 그냥 집 앞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로 향했다. 어묵 코너를 두리번 거리다가 삼진어묵을 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래져서 냅다 집어넣고 기쁜 마음으로 우산도 펴지 않고 곧장 집으로 달려왔다. 냄비에 물을 올리고 다시국물을 내는데 멸치가 전부 떨어졌다는걸 이제야 알게되어 초낭패. 어쩔 수 없이 통양파 절반과 다시마를 넣어 국물을 낸다. 국간장을 몇 스푼 넣은 후 까나리 액젓 조금 넣어 국물을 만든다. 어묵을 모두 꺼내 적당 사이즈로 자른다.. 2020. 2. 12.
이런 집을 짓고 싶다. 이것저것 작업을 하면서 가끔 유튜브를 틀어놓는다. 그중에서도 요즘 주력하는 영상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집을 짓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중 목수가 지은 집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저곳에서 폐목을 가져다가 집을 지었다. 집안의 모든 것이 나무로 되어 있고 집안 내부의 안정감이 너무 좋았다. 할 수 있다면 작은 집을 하나 짓고 싶다. 어차피 집을 지을 수 있을 때라면 나의 어린이도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할테니 아내와 함께 각자의 일을 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작은 집이면 좋겠다. 시골은 아니고 도시가 좋을 것 같고 계단은 되도록 지양하고 높아야 2층 얼굴을 마주 보고 앉으면 아늑한 작은 집이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놀러 오지는 못 하겠지만 몇몇이 모인다면 마음이 잘 맞는 지인들이었으면 좋겠다. 사진을 찍어.. 2020.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