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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주부

네 살의 생일상

by 여목_ 2013. 9. 18.



방으로 들어갔던 꼬니가 급하게 달려나왔다. 다시 울음을 터뜨리며 쉰 목소리로 엄마한테 말했다.

"으허엉, 엄마, 폴리가 갔어. 엉엉"

오늘 선물로 받은 폴리가 갔다. 어디로 갔느냐면, 바로 아빠 가방 속으로 말이다. 이모가 핸드폰 충전한다고 달라고 하는 말을 듣지 않고 저 멀리로 핸드폰을 내팽개쳐 버린 꼬니를 벌주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걸로 다시 한번 나에게 차렷자세로 혼이 났다. 그리고 폴리가 이모 핸드폰 던지는 아이는 도와줄 수 없으니 떠난다고 말을 해주었던 것이다. 엄마는,

"권이가 물건 줄 때 남에게 잘 주고, 말도 착하게 하면 폴리가 꼭 돌아올거야"

라며 내 즉흥적인 시나리오에 잘 응해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바로 직전에 벌어졌었다. 권이가 선물받은 폴리 도미노를 가지고 놀면서 그 속에 들어있던 앰버(앰뷸런스 여성캐릭터)로 이모 얼굴 앞에서 크게 두 번 휘둘러 위협을 했기 때문이다. 곧바로 나한테 끌려와 차렷자세로 혼이 났다. 오래 전부터 이모에게 계속 무례한 짓을 많이 하고 있던 터라 이번엔 그만 놔둘 수가 없었다. 엄청 혼이 났는데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굽히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앰버를 인질로 활용했다.

"너 자꾸 그러면 앰버가 권이한테 실망해서 가버릴지도 몰라!"

더 크게 운다. 권이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앰버이기 때문이다. 폴리나 로이는 있지만 앰버와 헬리는 안 사줬기 때문에 오늘 선물을 받고는 줄곧 앰버를 가지고 놀았었다. 그런 소중한 앰버가 자신의 행동 때문에 가버리다니!

권이는 곧바로 이모에게 가서 크게 울며 사과를 했고 (자존심 세서 사과 진짜 잘 안하는데!) 엄마한테 안겨 누룽지를 먹으면서 기도도 열심히 했다. 그래놓고선 다시 이모 핸드폰을 저 멀리 팽개쳐 버린 것이다.

덕분에 꼬니는 오늘 선물받은 폴리와 앰버에게 버림받게 되었다. 물론 내일 아침엔 폴리가 돌아갈 것이고 며칠 후에는 앰버가 돌아갈 것이다. 아마,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실망했을 친구들 때문에 더 크게 울었던건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웃겨서 혼이 났지만, 근엄한 얼굴을 하고 권이와 대화를 했다.

"권아, 핸드폰은 권이꺼야?"

"응"

"아니, 핸드폰은 권이께 아니고 이모꺼야"

"으앙~~"

"권이가 집에 있는 물건이 다 권이껀줄 아는데, 그렇지 않아. 엄마것도 있고 이모것도 있고 할머니것도 있고 삼촌것도 있어. 폴리랑 앰버는 권이꺼지?"

"응"

"저 핸드폰은 엄마꺼지?"

"권이꺼야"

"아냐 저건 권이께 아니고 엄마꺼야."

"아냐 권이꺼야" 울먹인다.

짧게 대화를 하면서 집의 모든것이 자기것인줄 아는 권이에게 하나씩 예를 들며 설명해 주었다. 예전에는 이모가 엄마 신발 신고 나가면 울고불고 난리치며 못신게 했을 정도로 누구께 누구껀지 확실히 파악하고 있던 녀석이 모두 자기꺼라는 욕심을 부리는것이 옳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폴리가 돌아가면 나는 다시 폴리로 빙의해 대화를 나누겠지만, 요즘 권이와 인형 역할놀이를 통해 대화를 많이 해보니 네살짜리가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하고 있구나 느꼈다. 아직 잘 모르겠는것도 많은지 엉뚱한 대답도 잘 하지만, 약간 진지한 대화들도 통하는 나이가 됐다. 존중하고 존중받는 것을 이미 알고있는 나이고 감정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해줄 정도로 섬세해 졌다. 아이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하물며 생일상 받은 네 살의 첫 날이 어련할까.

생일치레 한번 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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