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는 정말 특이하게 일하는군요!
절반쯤 읽었습니다만, 이 책은 제목이 잘못됐습니다. [메타에서는 어떻게 일하나요] 여야 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라는 질문은, 강남에서는 어떻게 일하나요?에서 느껴지는 과하게 포괄적인 느낌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여튼, 제가 최근 읽은 책중에 가장 신선한 안목의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모든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이 이런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을리는 없겠지만, 메타에서 7년간 근무하신 분의 이야기라서 메타의 의사결정 구조를 엿볼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내가 맨날 들여다보는 그 페이스북을 만드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드는가가 무척 궁금했었기에 서슴없이 이 책을 골랐지요!)
여튼, 주제는 메타에서의 보텀업과 플랫컬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책을 절반뿐이 못 읽어서 읽은데까지만 본다면 위의 두 가지 주제를 건져올릴 수 있었습니다. 보텀업과 플랫컬쳐라니. 너무 이상적인 것이 아닌가 싶은 내용들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적용된다는 걸 보고는 뭐라 할 말을 잃고 읽기만 했는데요. 한마디로 "이게 되네?"인겁니다.
보텀업 컬쳐는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그 일을 접하는 사람들이
그 일을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일도 그들이 주도하는 게 맞다는 철학에 기반한다.
한국에서는 보통, 위에서 업무를 기획하여 하달하고 실행하는 식으로 일이 진행이 되죠. 애플도 이렇게 한다고 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도 이게 몸에 더 익숙하기도 하고, 브랜딩을 공부하면서 어느정도는 이러한 상의하달 구조가 회사를 브랜딩하는데 더 효과적인 모습을 많이 봐왔습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조직의 비전은 톱다운으로 진행하되 실제 업무의 진행은 팀이나 개인이 이 두가지를 바탕으로 치열하게 진행을 하는 듯 합니다. 이게 되려면 리더의 태평양같은 넓은 마음이 필요한데, 주커버그형(돈 많으면 형)은 옳다고 여기는 것을 실행하는 사람인거 같습니다.
보텀업의 핵심이 바로 데이터 기반의 결정을 내리는 문화입니다. 경력과 직책보다 데이터의 신빙성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고, 이러한 데이터는 물론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현장의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것이죠. 리서치 데이터를 확보하고 가설을 세워 증명하고, 시제품을 런칭한 다음 또다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전형적인 린스타트업 방식이죠. 그리고 그들이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들이 많이 있습니다. 리더나 팀장은 관리자일뿐 아니라 다양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진행되는 일이 잘 될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합니다.
데이터 기반의 결정을 내린다거나 피드백을 강력하게 주고 받는다는 것들은 다 알겠지만, 조직의 문화라는 게 이런 바탕으로 가다보면, 회사도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일이 틀어지고 산으로 가고 정치적 발언을 한다거나 서로의 업무를 깎아내리고 승진을 위해 얄밉게 굴만도 한데, 서로 도와가며 함께 목표를 성취하면서도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다니, 저는 이런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으려면 사전에 어떤 작업들을 해야하는건지가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요. 환경이 필요해요.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제가 다녔던 과거의 회사들, 그리고 사업을 하면서 직원을 관리하는 입장을 돌아보니 후회만 남을 뿐이었습니다. 아는 게 없으니 사업을 구멍가게처럼 운영했던 과거의 저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보텀업으로 업무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이 같은 방식으로 생각한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니 다음의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계속해서 직원들에게 회사 내 문제들을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과 동기를 부여한다.
이런 사내 문화가 요구하는 것이 바로 성장 마인드셋 문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직원들이 더더욱 실패를 정상적인 과정을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고민하고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메타는 이걸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책에 써있더군요. 성장 마인드셋에 대해서는 캐럴드웩의 마인드셋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릿에도 나오는 내용이기는 한데 자신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게 선순환으로 작동하려면 윗선에서 직원들의 이야기를 단칼에 거절하거나 깔아 뭉개는 전형적인 한국식 업무 방식이 많이 바뀌어야, 아니 리더들과 리더가 될 사람들의 마인드셋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장 마인드셋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 서로를 존중해주는 문화도 필요하고, 더불어서 훌륭한 토론을 해낼 수 있는 실력들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걸 바탕으로 진취적으로 일을 해내는 그릿도 필요하고. 뭐 필요한거 천지로군요.
여기까지만 읽어도 메타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매출 우선, 업무 우선주의 보다는 인간다운 측면들이 많이 보입니다. 결정과 실행의 권한을 개인이나 팀에게 부여하고 치열하게 성장하며 배우고, 동시에 일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돕고 일하는데 서로 상처가 되지 않도록 마음을 잘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인간다움이 느껴집니다. 책을 읽다보니 느낀 것이지만, 이 책의 앞부분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습니다.
메타의 조직문화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자율과 책임'이 뒷받침된 인간중심의 문화다.
보텀업은 "야 의견좀 내" 정도의 문제가 아닌 것이었던겁니다. 자율과 책임, 그리고 정확한 보상이 사람들으 자율적으로 만들고 도전하게 만들고 성취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게 챕터1의 내용이구요.
'읽은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토리만이 살길 - 리사크론 (0) | 2023.02.09 |
---|---|
내 생각과 관점을 수익화하는 퍼스널브랜딩. 촉촉한마케터. 초록비책공방 (0) | 2023.01.30 |
계획이 실패가 되지 않게. 이소연. 다산북스 (0) | 2023.01.28 |
그로스해킹 - 스타트업을 위한 실용주의 마케팅 (1) | 2022.08.07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0) | 2022.06.19 |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