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일, 좋아하는 일 중에서 뭘 해야하느냐를 물을 때 과감히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지 못 하는 이유는 돈이 안 돼서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책임진다는 것은 상상속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한다. 여기에 명쾌한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좋아하는 일과 좋아하는 것의 구분
좋아하는 일이 수천만가지일 수는 있어도 그 중에서 딱 잡아 무얼 하는 게 좋은지, 무얼 보는게 좋은지, 어디엘 가는게 좋은지는 개인의 영역이며 고유한 취향이다. 그런데 이런걸 보고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이란 돈이 되는 것, 다시말해 업으로 삼을만한 것을 말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과 좋아하는 것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좋아하는 것은 수시로 변덕을 부리기도 하며 생각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며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것이고 그것을 일, 즉 돈이 되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란 일종의 전문적인 분야를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좋아하는 걸로 돈을 벌 수 있으려면 남들과는 다른 뛰어난 실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전문 분야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실력, 혹은 서비스, 혹은 결과물이 됐건 지식이 되었건 상관없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돈을 주고 구매하면 그것이 나의 '업'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냥저냥 좋아하는 수준이면 그냥 즐기는 선에서 마무리 하는게 좋고.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어렵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중에서 업이 될만한 일을 선택하고 실력을 갈고 닦아 교환 가치를 만들어내야 일이 가능해진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면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갖는 일이 많아야 한다. 평소에 아주 많은 리서치를 하면서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하고 그 장르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분야의 안목과 실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일종의 관심사에 덕후가 되는 것이다.
관심사는 악기나 미술같은 예술적인 걸수도 있지만 다른 것일 경우가 더 많다. 수집이라고 해도 보통 수집이 아니라 특정한 이유나 목적을 가진 수집이 될 수도 있다. 사실 그 내면에는 수집은 결과일 뿐이고 어떠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자신의 가치관이 수집에 담기기도 한다. 가치관이라고 썼지만, 사실 대부분의 관심사는 자신의 가치관이 내면에 깔려있다. 단순히 뭐가 좋고 뭘 하고싶고의 피상적인 접근이 아니라 그 내면까지도 살펴보고 자신이 이것을 왜 좋아하는지 분석해볼 수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것을 더 깊게 들여다봄으로써 깊고 넓게 확장할 바탕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시작부터 철저히 준비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는 과정중에 깨닫는 것이 대부분이고 거기에서부터 본격적인 출발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언제나 내면의 각성 비슷한 것이 시작되면 그때부터 진지해지고 더욱 깊어진다.
그냥 좋아하는 일, 진짜 좋아하는 일
처음에는 자신의 많은 관심사 중에서 한 두 가지가 발전되어 생기지만, 나중에는 가짓수가 많아지고 하고싶은 일도 많아질 수 있다. 문제는 진짜 관심사와 아닌 것을 가려내는 방법이다. 그냥 좋아(해야)하는 일은 업이 될 수 없는 모든 것이다. 그리고 업이 될만한 일을 찾게되면 그때부터는 시간을 들여 리서치를 많이 해두어야 한다. 그 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고 어떻게 수익을 만들고 발전시켜 나갈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민만 하지말고 가볍게 실제로 실행을 해봐야 한다. 망해도 괜찮을만큼 하찮게 해야한다. 핵심 매커니즘만 작동하면 되고 그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으면 된다. 여기서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망하니까 이 과정을 통해 데이터를 많이 쌓아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실제 실력도 밑바닥을 보게 된다. 내가 시장에서 통용될만한 실력이 아닌 경우가 보통은 더 많기 때문에 실력을 높여야 한다든지 그 다음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데이터가 나올 것이다.
그러면 이때 물어봐야 한다. 나는 이 일을 진짜 좋아하는지. 그래서 몇날 며칠이고 밤을 새도 행복한지, 돈이 없어서 전전긍긍해도 어떻게라도 버티고 살아낼 수 있는지 말이다. 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애정이 생기지 않아서 잘 안 될 경우 좋은 성과를 달성하지도 못한 채 그만두는 경우가 생긴다. 아주 많다! 버틸 힘은 내면에서 나오는데, 사람마다 작동하는 기제가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이 일을 극단적으로 사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면 오래 버틸 수 있는데, 어떤 사람은 근성 자체가 좋아서 잘 버티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오기가 작동해서 버티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그만두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어서 하다보니 되는 경우들도 본 적이 있다. 자신도 얼떨결에 했기 때문에 자신의 성공을 재연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식으로든 한 번 궤도에 오른다면 그 후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항상 곁에 두고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개척자의 삶을 사는 것과 같다.
이 길은 앞서간 사람들이 있는 그런 영역이 아닐지도 모른다. 비슷한 업종이라고 해서 같은 과정으로 흘러가지도 않고 같은 결말이 되는것도 아니다. 업의 미래와는 다르게 이걸 구현해내는 개인의 실력 차이도 엄청나게 중요하고 무언가 모를 운도 따라줘야 한다. 그러니 매일매일이 결정의 연속이고 모르는 길을가는 암담함이 앞을 가린다. 무슨 시련이 닥칠지 걱정되는 상황이 하루하루 펼쳐지지만 이것이 좋아하는 일을 결정한 사람의 운명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니 성공 방정식이란 게 없다. 일종의 매커니즘이란게 작동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실행해봤자 개인의 역량이나 타이밍, 시대의 흐름에 따라 궤도에 오르느냐 못 오르느냐가 결판난다. 그러니 과거에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서 새로운 사업을 무조건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패해도 언젠가는 다시 성공하여 궤도에 오를 수 있으나 일마다 늘 새로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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